7. 사람들이 변하지 않으려는 진짜 이유(The Real Reason People Won't Change)
-로버트 케건 & 리사 라스코우 리헤이(미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 미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변화리더십그룹 부소장)
저자들은 거의 모든 조직의 직원들이 권력 이동이나 새로운 팀에 합류해야 하는 스트레스 등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진단한다. 조직심리학자인 이들은 그 근본 원인을 '동적평형(dynamic equilibrium)' 에서 찾고 있다.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자신들의 에너지를 변화와 경쟁하는 데에 소모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변하지 않으려는 핵심 이유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겉으로는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변화에 대해 개인적인 면역 방법론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이 체계가 상황에 따라 아주 능수능란하게 변화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한다. 예를 들면, 조직의 상사로부터 자신의 동적평형 상태가 발견될 경우에 갑자기 조직에 합리적인 사람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케건과 라헤이는 "직원들이 정직한 자세로 조사에 임하며, 솔직하게 그것이 공개되길 원한다면 그들의 표현이 그들에게 불리하게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직 구성원들의 변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리더들은 그들의 업무나 성격에서 결함을 찾아내려고 하기 보다는 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업무 효율로 전환시키는 데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논문에 의하면 관리자는 기본적으로 심리학자의 기능을 갖춘 리더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보이는 몇 가지 동적평형 상태를 진단하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파도 앞에서 삽으로 모래 뜨기'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이런 변화에 대한 무의미한 경쟁은 '두 가지 반대되는 어젠다 사이에서 무의식중에 투쟁'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 소개된 '존'이란 유색인 중간관리자가 그 좋은 사례이다. 열린 소통을 중시하지만, 간혹 비꼬는 투의 유머는 팀원들의 배척을 받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그의 상사는 수 차례의 조언을 통해 그것을 수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존은 곧장 과거의 습관으로 되돌아갔다. 좀더 세밀한 상담을 통해 그 원인이 밝혀졌는데, '자신이 백인 중간관리자들과 너무 잘 어울리면 조직의 같은 유색인 직원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압각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고 한다. 리더가 이런 팀원의 심리를 모르고 무조건 그를 도우려 한다면 결국 무의미한 '파도 앞 모래 뜨기'라는 에너지 소모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위의 변화에 대한 "무의미한 경쟁으로서의 동적평형에 대한 진단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바람직한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저자들은 '변화에 대한 면역력 진단하기'로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변화와 경쟁하려는 움직임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이 진단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이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지원자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사람들을 향해 던질 수 있는 첫 질문이 바로 "업무에서 어떤 점을 변화시키고 싶은가"라고 한다. 케건과 리헤이는 이 물음을 통해 부정적인 반응들을 찾아낼 수 있고, 직원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아주 적은 노력을 투입해, 그것들을 긍정적인 동기부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당신 불평은 어떤 헌신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리더의 의지가 조직구성원들과 공유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현장 매니저가 직원들과 열린 소통을 원하지만 정작 회의에선 속마음을 감추는 사람들로 인해 곤란을 겪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는 곧 헌신이 불평으로 전환된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보여진다. 여기서 바로 "당신은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는가"라는 세 번째 질문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리더의 목표가 달성되지 못하도록 막는 원인을 탐색하는 단계라고 하겠다. 가령, 팀의 리더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할 때, 그것을 전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할 경우 직원들은 변화와 경쟁하게 된다. "당신을 약화시키는 행동의 반대로 하는 것을 상상한다면, 어떤 불편이나 걱정 혹은 두려움을 느끼는가"라는 다음 단계의 질문 속에 면역력 진단에 대한 해답이 숨어 있다고 판단된다. 리더의 불안감을 내려 놓는 것이 핵심이다. 조직의 지도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누군가가 물어올 때 느끼는 공포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을 약화시키는 행동을 함으로써 어떤 걱정되는 결론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란 마지막 물음은 사실상 네 번째 질문에 대한 자문자답의 성격이 짙다. 리더들은 종종 나쁜 결정의 결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에 신경을 쓰거나,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렇게 변화와 경쟁하려는 움직임을 약점으로 보기보다는 자연스런 자기보호의 인간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는 저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런 리더의 연약함이 솔직히 고백되는 시점이 곧 긍정적 조직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어날 일이 없는 가정을 인식하고 의심하기'라는 주제가 이 소논문의 핵심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글이 심리학자로서의 관리자가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그러하다. 많은 조직의 리더들이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일어날 일이 거의 없는 가정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런 가정이 강화되면 결국 리더는 무의식 중에 변화와 경쟁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조직의 지도자들은 다음과 같은 저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어날 일이 거의 없는 가정 의심하기'의 1단계는, '현 행동을 알아차리고 기록하기'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발생하기 어려운 가정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 내에서 '사실'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라는 것이다. 이 글에 소개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빌이라는 리더는 '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꼭 이루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실제로는 팀원들과 충분히 협업하지 않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빌은 때때로 팀 플레이에서 오는 절망이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변화와 경쟁하게 된다. 여기서 일어날 일이 거의 없는 가정은 무엇일까. 절망 혹은 갈등 상태일 때 어떤 좋은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스스로 만들어 거기에 함몰하게 된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이것을 메모로 남겨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반대 증거 찾기'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아주 간단한 원리라고 보여진다. 리더의 걱정이 아주 쓸모 없는 것이라는 실증적 증거를 찾아내면 된다. 데이터의 제시, 혹은 그룹 토의를 통해 무의미한 가정들에 대한 유형을 걸러내는 작업이 유용할 것이다. 가장 흔한 사례 중의 하나가 '아프리카계 임원들은 백인 임원들과 거리감이 있을 것이다'라는 것인데, 이는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그 다음 단계가 '역사를 탐구하기'이다. 케건과 리헤이는 이 단계에서 리더들이 인생 경험 초기로 인도될 수 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그들의 현재 직업과 팀원들과의 유대 관계가 있기 전의 그 상태로 말이다.이를 통해 이런 가정들의 역사가 검토될 수 있고, 그 형성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이 행사되었는지를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4단계는 '가정들을 테스트하기'로 성취된다. 이 스텝에서 건설턴트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에 변화를 주도록 조심스럽게 요청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시나리오를 '공명판(sounding board)'라고 한다. 이것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안자와 피제안자가 '함께' 행동해야 하고, 그래야만 냉정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결과 평가하기'로 마무리된다. 테스트에 임한 직원들에 대한 결과와 그것을 밑바탕으로 새로운 테스트를 고안 및 가동함으로써 일어날 일이 거의 없는 가정들을 의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진정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적 접근이 유효할 수 있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 방식의 요점은 '가정에 대한 의심'에 있다. 이는 마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던 데카르트의 사유론과 아주 흡사하다. 사실 여기서의 '생각한다'라는 말은 '회의한다'라는 말과 같다. 모든 현상에 대한 의심이 대륙 합리론의 시발점이었듯이 케건과 리헤이의 조직심리학 역시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는 가정들이 반드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지 않을 가능성, 곧 이것들이 일말의 사실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론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리더들이 그룹 조직의 유대를 견지하면서 헌신을 가장한 동적평형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설문이나 인터뷰에 응하는 과정을 통해서 변화에 대한 당위성을 조금씩 체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이런 조그마한 변화들이 조직 전반에 나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리더들이 잊지만 않는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