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변화 관리의 어려움(The Hard Side of Change Management)
-해럴드 서킨 & 페리 키넌 & 앨런 잭슨(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 수석 파트너 & 이사)
이 소논문에 인용된 소설가 알퐁스 카의 "변하려 하면 할수록 더 똑같아진다"라는 말 속에 저자들이 하고 싶은 진술의 핵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는 곧 '변화 관리의 어려움'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리더십 변화에 대한 논의들이 주로 상명하달식과 참여적 접근법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긴장 관계에 대한 것임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변화 촉진을 위한 시도들 중 60% 이상이 실패한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조직의 리더들이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자신들만의 시각에서 유인 조건들을 설정하고 그것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한다면, 지도층에 있는 관리자들이 변화 이니셔티브에 대한 구성원 사이의 합의 없이 변화를 시도할 경우,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서킨 등은 기업의 리더들이 리더십 스타일과 기업 문화, 그리고 구성원들의 동기부여 같은 부드러운 부분들에 너무 천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이런 종류의 변화 관리는 필요하다. 다만, 소위 '딱딱한 요소'들이 먼저 조직원들에게 제시하지 않는다면 변화 이니셔티브는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었다는 것이다. 이 각 요소들의 앞글자를 차용한 DICE가 바로 그것이다.
지속시간(Duration)
저자들에 의하면 많은 기업의 리더들은 변화 프로세스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 많은 불안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그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런 판단이 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적시되어 있다. 즉, 자주 검토되는 장기적 프로젝트는 자주 리뷰되지 않는 단기적 프로젝트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이들이 진행했던 많은 컨설팅의 결과물로 얻어진 것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보여진다. 요지는 이렇다. 변화 관리에 있어서의 '지속시간'은 유의미한 가치가 있고, 얼마나 자주 변화 프로세스를 점검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이 주기는 통상 8주 정도이고, 이 시간을 넘기게 되면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심지어 관리하기에 복잡한 구조를 가진 프로젝트는 2주에 한 번 꼴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바로 '변화 프로그램이 완료되기 전까지 지속되는 시간 혹은 시금석이 되는 리뷰의 주기'로 불리워진다.
완전성(Integrity)
이 완전성은 이 소논문에서 '성과 완전성'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이 요소는 한 마디로 성공적으로 변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 관리자와 조직 구성원이 결합된 팀에 기업이 의존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팀과 그것을 연결하고 있는 구성원 사이의 강도'일 것이다. 이는 변화 이니셔티브가 성공하기 위해 몇 명의 능력 있는 조직 구성원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변화의 완전성을 담보하는 또 다른 하위 요인들이 인적 자원 관리, 압력에 대한 대처, 외부 자극 완화, 그리고 예상 밖의 장애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 들이다. 이런 리스크들을 잘 처리할 수 있는 팀원들을 선발하는 작업이 바로 리더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너무 지나치게 지지자들만 고르는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이들은 적절한 인터뷰를 통해 기술과 지식, 사회적 관계 구축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함을 강조한다. 여기에다 팀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매개변수, 즉 범위를 명료하게 설정하고 그 '평가'가 조직 시스템의 '일상적인 평가'와 일치하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기업 조직의 중역들이 흔지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가 평판 좋은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능한 리더들은 문제 해결 능력은 물론 결과지상주의적인 동시에 조직의 현 상태를 냉정하게 파악한 다음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에 대한 책임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헌신(Commitment)
이 요소는 조직 내의 고위 중역들과 현장 관리자들의 변화 프로그램에 대한 헌신을 다룬다. 서킨 등은 이 두 개의 그룹의 헌신이 없다면 변화 이니셔티브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 가운데서 먼저 선행적으로 성취되어야 할 부분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자들로부터의 지지를 획득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 다음이 새로운 시스템과 과정, 일하는 방식을 현장에서 실제로 성취하는 매니저 그룹이라는 것이다.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단계에서의 헌신이 아래로부터의 헌신을 유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최상위층 리더들이 변화에 에 대한 지지를 하고 있지 않다면 그 조직은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된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아주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성공을 원하는 CEO가 있다면,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대치의 3배 이상의 소리를 높여 변화 이니셔티브에 대해 현장 관리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노력(Effort)
'변화 이니셔티브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노력'이 바로 이 어휘에 대한 개념적 정의로 보여진다. 조직의 리더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기업의 평직원들은 일을 많이 한다. 이 말은 곧 이들이 변화 프로세스에 신경을 쓸 여지가 없을 정도로 평소의 업무량을 과도하게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다면 팀원들은 변화 이니셔티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저항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는 무엇일까. 서킨 등은 이들이 변화 프로세스를 위해 얼마나 추가로 일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계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최대 10% 이상의 추가 업무를 요구하게 되면 조직적 반발에 부딪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단순한 계량법을 그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변화 프로젝트팀에서 핵심 역할을 평직원을 선발하는 것과 주도적인 프로젝트와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여 직원들의 압력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도 하였다.
DICE 점수 계산
이 계산법의 의도는 아주 명확하다. 변화 이니셔티브를 계량화 함으로써 프로젝트팀과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그룹들의 동기부여를 고취시키는 데에 있다. 조직 구성원들은 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점수화된 지표를 보면서 향후 진행될 변화 프로세스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점수 범위는 1부터 4까지 구성되며, 점수가 낮을수록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지속시간(D)을 계산하기 위한 물음은 "공식적인 프로젝트 리뷰가 정기적으로 일어나는가?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데에 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면 리뷰 주기는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인가?"로 구성된다. 이에 대한 점수는 검토 기간이 2개월 미만이면 1점, 2~4개월인 경우엔 2점, 4~8개월 사이는 3점, 8개월 이상은 4점을 부여한다.
성과 완전성( I )에 대한 질문은 "팀 리더가 유능한가? 팀 멤버들의 기술과 동기는 얼마나 강력한가? 변화 이니셔티브에 들일 충분한 시간이 있는가?"로 주어진다. 점수 계산은 회사가 이 변화 프로젝트들에 대해 팀 리더들의 시간을 최소 50% 정도 투입했다면 1점, 팀의 역량이 중간 정도라면 2~3점, 모든 부문에 현저히 부족하면 4점을 준다.
최고경영진의 헌신(C1)의 정도에 대한 물음은 "중역들이 성공의 중요성과 변화의 이유에 대해 정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그 메시지가 시간이 흐르더라도 일관성이 있는가? 최고경영진이 변화 프로그램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는가?"로 표현된다. 만일 고참 중역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1점, 중립적인 태도를 가졌다면 2~3점, 지지를 하지 않았다면 4점을 줘야 한다.
현장 관리자의 헌신(C2)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은 "변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그 이유를 이해하고 그것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직원들의 변화를 지지하거나 열정적인가, 아니면 걱정하거나 방해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직원들이 이 변화 이니셔티브에 동의한다면 1점, 그저 그런 반응을 보인 경우는 2점, 기피하거나 강하게 거부하면 3~4점을 부여한다.
노력(E)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물음은 "변화 노력을 수행하기 위해 직원들의 추가적인 노력의 증가분은 얼마나 되는가? 무거운 업무 부담이 생기면 노력이 증가하는가? 직원들이 그들에게 증가된 요구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했는가?"로 주어진다. 평가 점수는 프로젝트가 직원들에게 10% 미만의 추가 업무를 요구했다면 1점, 10~20%의 노력이 추가된다면 2점, 20~40%라면 3점, 40% 이상의 추가 업무가 요청되었다면 4점을 부과한다.
평가
서킨 등은 DICE 평가 기준을 계량화 하기 위해 회귀분석을 시도했다. 이 방법론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독립변수가 어느 정도 종속변수에 대해 영향을 미쳤는가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DICE = D + (2 * I ) + (2 * C1) + C2 + E 로 표현되는 평가 공식은 팀 성과 ( I )와 고참 중역들의 헌신 (C2)에 대한 가중치를 2배로 늘린다는 점에 그 특이성이 있다. 이를 바꾸어 말한다면 팀 성과는 회사의 최고위층들의 헌신과 정비례한다는 것과 같다. 저자들은 7~14점 사이의 점수를 얻은 변화 프로젝트를 WIN 영역이라고 부른다. 15~16점 사이는 프로젝트에 위험 요소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큰 WORRY 영역이라고 한다. 17점 이상은 WOE 영역, 곧 비애의 단계라고 지칭된다. 19점에 가까운 프로젝트는 성공 위험 지수가 위험 단계이고, 그 이상은 성공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종 평가가 기업 중진들 사이에서 균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동일한 프로젝트와 질문이 주어지는 것임에도 말이다. 이는 같은 조직 안의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변화 이니셔티브에 대한 공통의 프레임워크를 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결국은 토론 강화하기가 답일 수밖에 없다. 10여 명 안팎의 고위층 인사와 중간 관리자들이 모여 3시간 전후로 구성된 워크샵을 구성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세션이 활성화 되면 위의 물음들을 통해 주어진 점수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에 다가설 수 있는 유익이 분명히 생기게 된다. 즉, 이런 워크샵을 통해, 단순하게 정량화 된 점수로는 도저히 형성할 수 없는 프레임워크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고, 이를 통해 조직의 혁신적 변화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