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이 글쓰기를 위한 책 읽기(1) – 개관
자주 쓰면 실력은 일취월장
한 마디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짧은 글이라도 자주 쓰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려면 부모님들이 옆에서 섬세하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 속담에도 방귀가 잦으면 그 무엇이 나온다고 했지요.
필자가 살아오면서 이 말만큼 피부에 와 닿은 금언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자주 경험하게 되면 실력은 반드시 쌓이게 됩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는 철저히 나중의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동아일보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을 하나 소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곳엔 영어 영재교육원이 같이 있었는데 케이라는 총각 선생이 있었지요.
평소 '영어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내가 그에게 애교를 떨며 비법을 물었더랬습니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그냥 동화 영어 본문을 열심히 자주 쓰세요."
엥? 이게 뭘까요.
허무했습니다.
좀 김이 새긴 했지만 4개국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줄 아는 그에겐 사실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었습니다.
특히 그가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공부할 때 이 방법이 최선이었지요.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창작 수준의 영작은 힘들 것이고, 따라서 이런 경우엔 짧은 동화를 베껴 쓰는 것이 효율적일겁니다.
한글로 작문하는 것은 영작보단 훨씬 쉬운 과정입니다.
그래서 자주 글쓰기가 가능한 것이지요.
부모님의 열의도 있고, 아이가 준비가 되었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절대 서두르지 말고 책을 먼저 읽히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기 싫어하는 학생들 대부분의 공통점이 바로 독서량 부족에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려면 책 읽기가 우선
글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한국인들의 도서비 구입은 OECD 국가 중에서 거의 최하위 수준입니다.
굳이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여러분의 자녀에게 도서관 수준의 책을 장만해 주라는 뜻이 아닙니다.
독서 후에 부모님과 토론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양서가 구비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인전집보다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정도의 단행본이 서가에 꽂혀 있지 않다면 당장 온라인으로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위에 언급된 영재교육원 이야기를 다시 할 수밖에 없네요.
그곳은 기본적으로 글쓰기를 위한 훈련 장소였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두 가지 수단이 있었는데, 하나는 토론이었고, 다른 하나는 책 읽기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책읽기가 기본기를 익히기 위한 최우선 과제였었지요.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들을 레벨별로 구분하긴 했지만 책을 먼저 읽는 것에는 똑같았습니다.
독서 후에는 토론 수업을 했습니다.
토론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글을 쓰도록 유도했었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확인된 자신의 생각이 정리가 되었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작문의 준비는 마친 셈이었으니까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주부님들께서 주방에서 식재료를 다듬는 과정과 같습니다.
작문이라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독서라는 식자재가 필요합니다.
이 말은 독서가 글쓰기의 전제일 뿐 완성체는 아니라는 뜻과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자녀가 책을 읽을 때 자꾸 캐묻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모 마음이야 도서의 내용을 자녀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겠지만 자제하셔야 합니다.
편안하게 책을 읽도록 분위기를 마련해 주시는 것으로 만족하세요.
전문 학원에 다니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일단 독서할 분위기를 갖추려면 부모님들께서도 함께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TV와 컴퓨터를 끄세요.
스마트폰 역시 그러합니다.
거실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낄낄거리는 부모가 어떻게 독서 지도가 가능할까요.
오히려 자녀들로 하여금 책 읽기에 대한 반감만 생길 가능성이 커지겠지요.
아이들의 책 읽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고 느끼셨나요?
자, 이젠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하셔야 합니다.
책 내용 점검보다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기
"선생님, 우리 아이가 그 책 다 읽었나요? 내용 이해는요?"
영재교육원 근무를 하면서 초급반 학생들의 어머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단 1%의 거짓이 없는 진실입니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 그러했습니다.
이런 부모의 심정 물론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러했으니까요.
제가 여의도영재교육원에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 제 딸 아이를 데리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빠의 직장을 소개도 시켜주고, 수업에 참여시키기도 했습니다.
귀가 후, 제가 그녀에게 물어본 첫 마디가 "수업 내용 다 파악했어?"였으니까요.
독서 수업 후 책 내용을 파악하는 일은 그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를 다듬는 것과 똑같습니다.
한번 생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퇴근 한 남편이 주방에 들어와서 막 당근을 자르고 있는 아내에게 "여보~~~이거 무슨 음식이야?"라고 하면 열받겠지요.
책을 읽은 자녀를 옆에 앉히세요.
손에는 절대로 책을 쥐고 있으면 안 됩니다.
눈과 눈을 마주보고 이렇게 물어 보세요.
"너, 그 책 무지하게 재미있게 읽더라. 어떤 대목이 뭐가 그리 재미있었어?"
네, 그렇습니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을 일차적으로 공략하시기 바랍니다.
거기서부터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자신만의 시각'이 완성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재미를 느껴야 자신의 생각의 틀이 생긴다는 점 꼭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콩쥐팥쥐>를 읽은 집단의 아이들에게 질문해 보면 전부 콩쥐를 좋아할 것 같아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좋아하는 인물을 아이도 선호한다고 해서 좋아할 일 아닙니다.
외려 내 자녀가 획일화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셔야 합니다.
제 실전 경험이 이것을 뒷받침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잔소리를 추가해야 할듯합니다.
위에도 언급을 했지만, 부모님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적어도 자녀와 토론하려면 그 정도의 예의는 갖추셔야 된다는 것이지요.
어린 아이의 생각을 확인하려면 부모님의 생각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다름을 확인하기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의 생각과 아이의 그것이 다르다고 느끼십니까?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그(녀)의 생각이 고정관념에 착념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일테니까요.
아이가 팥쥐를 좋아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란 뜻입니다.
제가 가르쳤던 어떤 클래스에서는 흥부보다 놀부한테 더 배울 것이 많다는 토론 결과를 놓고 너무 놀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많은 독자들은 놀부가 흥부를 구박하는 장면에서 흥분하게 마련이지요.
헌데 이 녀석들은 놀부의 성공을 그의 동생이 아무런 노력 없이 공유하려는 부분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내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어떤 차이'가 있기를 원하세요?
그렇다면 그(녀)와 이야기를 하시기 바랍니다.
엄마 혹은 아빠의 생각을 주입하시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확인만 하세요.
생각의 다름을 말이지요.
거기서부터 '다름'이 '차별적인 차이'로 발전하는 디딤돌이 마련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다만 토론을 논쟁화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단 하나의 조건입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인들과 토론하면 자주 대화가 단절됩니다.
제가 미국에 살면서 느낀 결론입니다.
남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제 경우가 그랬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일단 미국 사람들은 발성의 톤이 우리와 다릅니다.
굉장히 전투적이지요.
여기에다 말 끝마다 항상 "why?"를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친구들은 항상 상대의 말의 근거가 궁금한겁니다.
그냥 궁금할 뿐인데, 말투가 세다보니 한국인들은 불쾌한 것이지요.
이런 경우엔 대부분 "Okay~ Bye bye"하면서 서둘러 대화를 끝내버리기 일쑤죠.
영어가 서툴러서, 피부가 달라서 친구가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방식이 달라서 발생하는 비극인 셈입니다.
최근 펜실베니아 주립대 교수가 올린 유튜브 영상이 미국에서 화제입니다.
미국인과 한인 유학생 2명이 앞으로 나와 자신을 홍보하라는 돌발 과제에 있어서 두 학생이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백인 여학생은 성적이 겨우 B플러스 언저리였지만 자신감이 대단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신의 성적을 듣고 "어메이징~~~"하며 자랑스러워 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반면 한인 여학생은 모든 과목이 A였고, 3년 만에 조기 졸업할 자격을 얻었음에도 그 결과가 결코 자랑스러워 보이지 않더군요.
아마도 그녀의 부모님들은 그녀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공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인 듯했습니다.
저는 이 영상을 보며 내내 생각에 잠겼습니다.
생각의 다름이 결국 국력의 차이로 발전해 버렸다는 이 엄연한 사실 앞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자, 여기서 횡설수설은 각설하고 여러분 지금 자녀와 마주 앉았습니까?
그러면 여기서부터 잘못된 겁니다.
힌트는 이 글 안에 있습니다.
잘 찾아 보세요.
다음 회에서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