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Topic)은 글의 타이틀 혹은 대주제문이다.
하지만 문단을 시작하는 첫 문장(소주제문) 역시 토픽에서 벗어난 주제를 다루어서는 안 된다.
글쓰는 사람은 대주제문과 소주제문의 연계성을 늘 의식해야 한다.
한 마디로 여러분은 이 토픽이란 녀석을 잘 데리고 놀아야 한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미인 혹은 미남의 기준은 무엇인가.
각양각색의 잣대들이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일치하지 않을까 싶다.
소위 얼짱이나 훈남이라는 불리우는 사람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해야 한다는 점 말이다.
눈의 위치가 귀 근처에 있다거나, 콧구멍이 눈 부근에 있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다.
이목구비가 제 자리에 잘 앉아 있는 사람을 볼 때, '아하~~~이 사람 제대로 생겨 먹었군'하는 생각이 드는건 나만의 문제는 아닐 듯싶다.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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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목구비가 제대로 박힌 사람들이 얻는 유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보편적으로 생긴 것이 반듯하면 생각도 바를 것이라고 인정된다.
과거 이런 풍문이 시중에 떠돈 적이 있다.
모 대기업 사주는 신입사원 면접관 옆에 관상을 잘 보는 점쟁이를 앉혔다나 뭐라나.
필자가 대학원 공부를 하던 연세대 본관은 꽃이 만개하는 봄철만 되면 졸업사진을 찍는 여대생들로 북적거렸다.
대부분 화장을 해서 예쁘기는 했지만 미인의 기준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졸업 사진만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유는 여러분이 더 잘 알테니 장광설은 여기서 생략.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제출될 사진은 그에게 보여지는 첫 인상을 좌우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의 주제가 이리저리 점프를 해서는 결코 독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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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일관성은 토픽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가치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글이 일목요연하려면 주제가 추상적이어서는 곤란하다.
토픽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독자들이 글의 타이틀을 봤을 때, '아하~~~ 이 글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겠군'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시를 굉장히 추상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천만의 말씀.
정지용의 '향수'란 제목에서 이 시가 어떻게 씌여졌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없다면 글쓰기는 빨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
과거 대장금의 타이틀 영상 제작비가 몇 억이라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최근엔 이것이 푼돈으로 여겨질 정도로 큰 돈이 이 부분에 투자된다.
15초도 안 되는 짧은 영상에 드라마의 기승전결을 암시하는 다양한 영상이 일관되게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하물며 글쓰기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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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은 사람에게 있어서의 첫 인상이다.
지금은 전설이 된 <모래시계>나 <대장금>이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한 메시지와 시청자들의 가치를 세뇌시킬 정도의 폭발성을 가진 이미지 통합력에 있다.
복선이 너무 깔려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극소수의 매니아들에겐 환영받을 수 있겠지만 대중성은 떨어진다.
당신이 써야 할 글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주제를 분명히 해라.
그 주제를 글의 첫 문장에 선명하게 드러내라.
대주제문(글의 제목)과 소주제문(각 문단의 첫 문장) 사이의 연관성을 독자들로 하여금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독자들이 글의 제목이나 첫 문장을 읽었을 때, 글쓴이의 저작 의도를 90% 이상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이쯤에서 필자의 결혼식 에피소드 한 토막을 소개하면서 갈무리.
결혼식 당일, 나는 아내를 알아보지 못했다.
신부 대기실 3개가 있었는데, 신부 화장이 모두 비슷해서 벌어진 참극이었다.
대기실 입구에 그 흔한 대기실 신부 이름이 붙어 있지 않더라니까 글쎄...
아무튼 내 아내 역시 한 남자의 배필로 데뷔하는 그 날의 첫 인상이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이 시덥잖은 글을 읽을 여러분은 다른 건 다 잊어버려도 좋다.
글의 주제, 즉 토픽은 대학을 졸업하는 여학생의 졸업사진이거나 아내의 신부 화장이라는 것, 이것만큼은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