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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6

7. 적절한 지시대명사의 사용 주어의 반복 사용은 독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 주제는 전 회에서 다루었던 동일 어휘 중복 사용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주어는 대체로 문장 앞 머리에 위치한다. 이런 이유로 해서 동일 주어가 앞 머리에 자주 등장하면 글 읽기가 아주 불편해진다. 단도직입적인 예를 드는 것이 좋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부친 이건희 회장의 와병에 따른 경영 공백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 환경 격변에 따르는 리스크 대처가 주로 논의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상황에 대해서도 사장단과 의견을 나눌 기능성이 있다. 물론 이 글은 필자가 가상으로 지어낸 것이다. 그 어떤 기자도 저런 식으로 주어를 배치하지 않는다. 이해.. 2021. 3. 19.
6. 같은 어휘의 반복 사용 피하기 같은 단어를 한 문단 안에서 자주 사용하면 독자를 피로하게 만든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느 초등학생의 작문을 인용해 본다. 오늘 어머니와 함께 이모 집에 놀러 갔다. 마침 이모가 집에 계셨다. 이모는 내가 놀러 가면 항상 반기신다. 내가 할머니를 많이 닮았다며 언제나 미소로 맞이해 주신다. 어머니와 이모는 주방에서 맛있는 떡볶이를 만드시며 재미있게 이야기하신다. 딱 보기에도 특정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브이로그처럼 씌여진 글이니 이해해 달라고 한다면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킬링 타임용으로 읽혀지는 글에서 뭔 가치를 찾겠냐마는 그래도 이건 너무한거다. 입시 논술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나 취업 자소서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 동의어를 많이 외워 두면 글쓰기.. 2021. 3. 19.
5. 충분히 소화된 논거 글 쓰는 사람은 누가 보아도 수긍할 수 있을 만한 논거를 독자들에게 들이대야 한다. 여기서의 '납득할 수 있는 근거'는 자신의 것으로 '충분히 소화된 예증'을 뜻한다. 나는 앞서 2장에서 읽지도 않은 책을 발제문에 넣었다가 혼쭐이 났던 경험을 기술한 바 있다. 단순히 면피용으로 기재된 각주 혹은 미주로는 당신의 글을 읽는 상대를 굴복시킬 수 없다. 딱 보면 안다. 충분히 씹어서 소화된 인용문인지 아닌지를. 필자는 합법적으로 대학원 학위 논문을 다수 교열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때마다 느낀 감정이 베껴도 너무 베낀다는 것이었다. 요즘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예정된 S 씨의 학위 논문이 화제다. 한 페이지를 통째로 블록 복사한 것이 문제인 모양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될까. 그가 논문을 쓸 능.. 2021. 3. 19.
4. 좋은 문패달기 글쓰기에서는 글의 번지수를 먼저 반드시 밝혀야 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한 선배가 있다. 이 분은 노래방에 가기만 하면 주위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정한 한 곡만 불러대던 특이한 사람이었다. 바로 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 낭만이 될지 몰라도 글쓰기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글의 번지수는 곧 글의 문패다. 글의 목차 혹은 차례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바로 이것인데, 10페이지 이상 되는 소논문은 반 페이지 가량의 팻말을 반드시 달아야 한다. 스크롤 바를 여러 번 아래로 내려야 하는 장문의 블로그 글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게 독자들을 위한 성의다. 물론 1-2페이지짜리 습작이나 글쓰기 숙제는 해당이 안 된다. 이런 짧은 글에서는 명료한 토픽과 각 문단의 첫 문장, 즉 소주제문 사이의 연관성이 중시된다. .. 2021. 3. 19.
2. 서로 비교하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당신 글쓰기의 발전과 퇴보를 한 눈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방법은 앞서 기술된 3장의 방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근무하던 여의도 동아일보 문화센터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던 C군과 S군이 있었다. 이 친구들을 보면 항상 즐거웠다. 자신감이 늘 넘쳤던 그 모습,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글쓰기의 발전 속도는 그렇지 못했다. 고액의 수강료를 지불하는 그들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무척 미안했다. 그때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 학생 한 명당 매주 쓴 글을 모은 파일을 하나씩 만들었다. 격주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본인들의 눈으로 이 묶음들을 직접 확인케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클래스 부원들끼리 서로 교환하여 비교.. 2021. 3. 19.
1. 쓴 글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기 필자에게는 오래 전 대학 입시를 치룬 여자 조카가 하나 있다. 그녀는 그토록 원하던 S대는 들어가지 못했고, K대에 합격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입시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 할 고비를 고1에 겨우 넘겼다. 그녀와 삼촌인 나만의 비밀이니 독자 여러분이 아무리 귀해도 그 시기의 어려움에 관련된 상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생략. 다만 글쓰기와 연관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부천에 소재한 중학교에서 반 1등을 도맡아 하던 이 아이가 고교에 진학해서는 갑자기 성적이 곤두박질을 했다. 형님은 내게 SOS를 치셨고, 나는 곧장 분석에 들어갔다. 내가 보기에 석차가 떨어진 이유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따지기엔 학업 성적이 너무 형편 없었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줄 만큼 충분치 못했기 때문.. 2021.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