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헴프(HBR 전 수석 편집자) / 토머스 스튜어트(HBR 전 편집장)
전직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이었고, 수석 편집자인 동시에 현직 최고위직 경영인들인 헴프와 스튜어트는 IBM CEO였던 샘 팔미사노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 가치'가 실제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이 글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가치 기반 경영'이다. 저자들은 세계 최대의 IT기업인 IBM이 격변하는 글로벌 기업 환경 가운데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를 여기서 찾고 있다. 긴 인터뷰를 압축한 이 소논문은 여러 Q&A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가치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 버전을 찾아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글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다. 이들은 폴미사노에게 다양하고도 까다로운 질의를 하지만 결국은 '가치 경영이 과연 현장에서 성취될 수 있는가?'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통 기업가치를 기업 운영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기분 좋은 진술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기업가치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첫 질문이 사실상 이 글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그는 "(오래된) 가치가 어떻게 문제의 일부가 됐는지 파악하기는 쉽다. 그러나 동시에 가치는 다시 한번 우리가 주요 변화를 헤쳐 나가고, 우리가 직면한 엄청난 도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IT 공룡인 IBM이 한때 고루한 기업 가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기업 환경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를 채택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IBM의 옛 가치는 무엇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의 창업주 톰 왓슨 시니어가 정립했던 기업가치는 '개인에 대한 존중', '최고의 고객 서비스', 그리고 '탁월함 추구'로 정리된다. 하지만 2002년 당시 신임 CEO로 취임한 팔미사노는 이것들로는 IBM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현대 기업 환경에 적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곧바로 해결책을 을 얻기 위해 행동을 시작했다. 2003년 7월 72시간 동안 회사 내의 인트라넷을 통한 사내 집단 토론 즉, '밸류스잼(valuesJam)을 진행했다. 일부 고위 중역들의 반대와 혼란 가운데서도 그는 이 약속을 지켜냈다. 처음의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무엇이 지킬 만한 가치이고,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졌다. 물론 이 집단 토론을 위해 중역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렸고, 1,000명이 넘는 직원들과 회사의 가치와 그들이 회사에 바라는 바를 사전 점검하였다. 드디어 옛 가치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가 사내 통신망을 통해 전 사원들에게 전달되었다. '모든 고객의 성공을 위한 헌신', '우리 회사와 세상을 위한 혁신', '그리고 모든 관계에 있어서의 신뢰와 개인적인 책임감'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신임 CEO가 발굴해낸 새로운 기업가치가 즉각적인 기업 변혁을 창출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 가치들이 행동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그렇다는 이야기다. 다행히도 팔미사노는 새로운 가치가 겉치레 이상이라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인식시키지 않으면 이것이 공허한 말잔치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다. 회사의 주력 산업인 e비지니스 호스팅 서비스 이사를 부른 다음, 회사의 가치와 실제 사이의 차이를 분석하도록 지시하는 것으로 변화의 시작을 알린다. 그 결과 '개인에 대한 존중'은 말 그대로 구호였고, '탁월함의 추구'는 고객에 대한 오만함으로 비쳐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옛 가치 퇴장의 신호탄이 올려진 것이다. 전통적인 하향식 시스템은 IBM에서 자리잡을 수 없게 되었고, 대기업 특유의 명령과 관리 체계 역시 그러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신가치는 경영진이 현장에 없을 때도 작동할 수 있도록 팀원 전체와 양립할 수 있는 의사 결정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 아주 적합하였다. 팔미사노는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서 이 가치가 실제 작동했는가?"라는 질문에 두 가지 방식으로 실행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하나는, 제품보다는 직원들 자체를 기업 브랜드화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당시 IT 산업의 트랜드였던 '재통합'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데에 이 새로운 기업 가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분의 3 이상을 차지하던 하드웨어 부분이 5분의 2 이하로 줄고, 역으로 소프트웨어 부분이 5분의 3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는 창의적이고 협력을 극대화시키는 의사 결정 구조 아래서만 가능한 성취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치는 전략을 바꾼다. 이 책에 의하면 이 전략이 '집단적인 갈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된다. 물론 전략이 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1914년 IBM의 가치는 "여기 우리의 원칙이 있다. 그것을 배우고 그것에 따라 살면 된다"는 아주 막연한 것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직원들의 집단 토론, 혹은 집단 지성에 의해 창출되지 못한 가치는 올바른 기업 전략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IBM의 새로운 선장이 '벨류스잼' 혹은 '로그잼'을 시도한 것은 신의 한수라고 보여진다. 팔미사노가 '존중', '고객', '탁월함', 그리고 '혁신'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이 토론 전에 제시해서 일정한 방향을 잡아준 것도 효과적이었다. 여기서 잠깐 IBM의 기업 전략을 바꾸어 버린 새로운 가치를 좀더 상세히 점검해 보자. 첫째, '모든 고객의 성공을 위한 헌신'은 고객들이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위해 IBM의 모든 역량을 모으는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객의 성공이 곧 당신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는 것이 이 가치의 코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우리 회사와 세상을 위한 혁신'은 '다른 것과의 차별화'를 능가하는 '사람과 사회를 감동시키는 그 무엇'을 의미한다. 자신들의 첨단 제품들이 난치병을 고치고, 테러리스트를 막아내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혁신적 실험 정신이야말로 이 가치에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관계에 있어서의 신뢰와 개인적인 책임감'은 사내 관계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나 투자자, 혹은 정부 및 지역 사회를 광범위하게 아우른다고 한다. 책임이란 말 자체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사회로부터 기업에 주어지는 피드백의 중요성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가치는 기업의 문화와 경영진 시스템 사이에 균형을 주입한다"라는 팔미사노의 주장을 이 인터뷰의 결론으로 인용하고 있다. 여러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부드러운 가치와 소위 딱딱한 재무 구조 사이의 갈등은 이 가치를 통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계약 체결과 장기적인 관계, 주주와 직원, 그리고 고객들간 이해의 균형은 결국 기업가치를 구현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셈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IBM 최고경영진은 최소 1년은 지속되고 보너스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어떤 프로젝트를 종료할 때 고객들로 하여금 이를 평가하도록 의뢰했다고 한다. 이 시도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보너스 평가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의존하겠지만, 좀 더 넓은 시각에서 고객 만족도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윤 창출을 의도하지 않은 기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 조직의 대다수는 단기 목표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꼭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단기적인 성취 역시 기업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가치 기반 문화를 갖고 있는지 여부가 당신을 승자나 패자로 만들 것이다"라고 한 팔미사노의 말을 우리 모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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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 책 내용을 그대로 인용>
가치에 기반한 경영 구조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
1. 가치들에 대한 직원들의 조언을 모아라.
당신 회사가 직면한 전략적 도전을 측정하라. 회사가 그런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치들을 제안하라. 당신 아이디어에 대한 직원들 반응을 모아라.
2. 직원들의 조언을 분석해라.
각각의 테마에 대한 직원들의 조언을 검토하라. 예를 들어, 많은 IBM인들이 신뢰를 얻기 위한 진실성이라는 진술이 모호하고 진부하며,너무 내부 집중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들은 내부에서뿐 아니라 외부 이해 관계자들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지침을 원했다.
3. 당신의 가치를 수정하라.
직원들 반응에 기반해서 수정된 가치 체계를 창출하라. 그리고 다시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라.
4. 가치를 실천하는 데 있어 장애물 인식하기
당신 회사가 동의된 가치를 실천하는 데 장애물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직원들 반응을 조사하라.
5.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변화 이니셔티브 시작하기
사람들이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변화 프로그램을 시작하라. IBM은 매년 개별 매니저들에게 5,000달러를 할당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돈을 쓰도록 했다. 주 목적은 사업을 활성화하고, 고객 관계를 발전시키며, 동료들과 긴급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2만 2,000명의 모든 현장 매니저들에게까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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