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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 1 :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드는 변화 관리

4. 조용한 방식, 급격한 변화

by 크레이지티처 2021. 3. 15.

-데브라 메이어슨(Debra E. Meyerson: 미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조직행동학 전공 부교수)

 

메이어슨은 이 인상 깊은 글에서 온건한 방식으로 중요한 변화를 이끄는 '조용한 혁명가들(tempered radicals)'에 대해 진술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리더보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더 부드럽고, 겸손하게 조직의 변혁을 이끌어내는 사람들로 간주된다. 저자에 의하면, 과거의 리더십에 비해 많이 차이가 있는 이런 지도력이 필요한 이유는 내부 및 외부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하기에 앞서 일정한 '딜레마'에 봉착하는 경우가 자주 있기는 하다. 그녀는 변화에 대한 소리를 너무 크게 높이면 외부에서 이에 대한 반감이 쌓이게 되고, 규칙에 따르기만 하면 침묵을 지킨다고 자신의 내부에서 반감이 자라기 때문에 이런 '조용한 혁명가적 리더십'이 이런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녀는 이 새로운 개념의 지도력을 검증하기 위해 1986년 시몬스 경영대학원 '조직 내 성역할을 위한 센터'의 교수였던 모린 스컬리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 리서치의 주목적은 조직의 매니저들이 어떻게 커리어를 위험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지켜나가는지, 순응해야 하는 압박 속에서 어떻게 자아의식을 유지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의 대상은 경영인, 의사, 간호사, 변호사, 건축가, 행정가,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포함되었다. 중간관리급에서 CEO에 이르기까지 236명에 이르는 대상자들을 연구한 결과, 조용한 헉명가란 조직 내부에서 기존 문화와 아주 다른 대의를 내세우면서도 조화롭게 혁신을 이끄는 사람들임을 규명했다는 것이다. 

 

조용한 혁명가들의 행동은 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리더십이 겉으로 드러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는다고 한다. 저자에 의하면 이들은 개인적인 믿음과 그들을 둘러싼 문화 간의 차이를 조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접근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첫째, '와해성 자기표현'이 그것이다. 이 개념이 좀 생경스럽기는 하지만, '조용한 혁명가들로 하여금 그들의 신념을 강화'해 주는 일련의 자기확신적 행동에서 나오는 표현들을 의미한다. 이 행위들이 일정한 시간을 지나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고도성장을 하는 컴퓨터 부품 회사의  비즈니스 개발부서 매니저였던 존 지왁은 입사 때부터 의욕적으로 주 80시간을 일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일을 했고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부터 곧장 서로 경쟁하는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고통을 받게 된다. 해결책을 찾던 존은 업무 시간을 조정한다. 오후 6시 전에 퇴근을 했고, 오후 늦게 회의를 잡지 않았다. 오후 9시까지는 전화도 받지 않고, 가족과 함께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줄지 않았고, 그의 행동과 말은 전과 달리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 상사들은 존의 이런 변화에 당황했지만, 그가 성취하는 결과에 고무된다. 존이 속했던 조직구성원 모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의 행동 패턴을 따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조용한 혁명가들은 '말로 하는 무술'을 구사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한다. 메이어슨은 무술은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리더십의 특성을 발견하고 있다. 말로 하는 무술가들은 어떤 부정적인 언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변화에 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상황 반전을 위해 공격을 상대쪽으로 다시 돌리는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데, 하나의 실례가 이 글에 실려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거대한 금융서비스 회사의 임원이었던 톰 노박이라는 동성애자는 어느 날 회의 석상에서 한 동료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게 된다. 그는 "나는 어떤 사람들이 동성애자의 삶을 택하는 것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왜 그들이 대중들 앞에서 자랑하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더라고"라는 직설적인 얘기를 듣게 된다. 이미 동료들에게 커밍아웃한 상태였던 노박은 이렇게 약간 비틀어서 대답을 했다고 한다. "조, 당신이 의미하는 바를 알겠어요. 나는 그저 당신 책상에 놓인, 커다란 당신 와이프 사진이 이상하게 보이네요. 이성애자라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당신은 마치 성적 지향성을 만천하에 광고하는 것 같아요." 이처럼 간략한 발언으로 회의실의 어색했던 관계가 회복되었고, 노박의 동료들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법에 대해서 깨우침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셋째, '임기 변수의 기회주의'가 있다. 저자의 글을 아래에 그대로 인용해 본다: 전통적인 기준에 맞춘 음악부터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음악까지 만들어 내는 재즈 뮤지션처럼 조용한 혁명가는 새로운 기회에 창조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이는 우연한 상황을 활용한 준비가 돼 있음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는 미리 준비하고 움직이는 행동을 의미한다. 메이어슨이 진행했던 연구의 특성이 케이스 스터디에 있기 때문에 이 임기 변수 기회주의 개념 역시 구체적 사례로 제시되어 있다. 크리스 모건은 어느 뉴욕 대기업의 감사부서 투자 매니저였는데 조직 내의 낭비를 감소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던 사람이었다. 문서의 줄 간격 좁히기는 물론 양면복사는 기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즐겨 찾던 카페에서 손님들이 포장된 샌드위치 플라스틱을 휴지통에 버리는 것을 목격한다. 모건은 매니저를 불러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오늘 칠면조 포카치아가 맛있군. 그런데 말이야, 내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샌드위치를 사람들이 요청할 때만 포장하는 것은 어떨까?" 이 조언으로 인해 그 카페테리아는 엄청난 포장 비용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에 제시된 단기적인 임기 변수를 큰 기회로 변화시킨 셈이다. 이와 반대로 장기적인 변수를 잘 활용한 제인 애덤스라는 케이스도 소개되어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100명의 남자 직원 부하를 데리고 있던 그녀는 CEO로부터 끊임없이 그의 리더십을 닮기를 강요받았다고 한다, 제인은 그와 싸우기보다는 부하들과 권한을 나누고, 그들을 격려함으로써 회사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중요한 프로젝트의 프리젠테이션을 부하에게 맡기면서 중역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새로운 리더십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다. 조용한 혁명가들이 조직 구석구석에서 변화에 적응하려는 구성원들에게 '멘토'의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 꼭 필요한 지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조용한 혁명가들은 전략적 연합 형성'에 능숙하다. 경쟁력 있는 조직의 변화를 위해 조용한 변혁가들은 개인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협력자들을 함께 일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일반적인 조직의 리더십들의 특성들로는 정통성에 대한 감각, 중요한 인물에 대한 정보, 혹은 기술적이고 업무적인 협조를 얻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용한 혁명가들은 이런 차원을 뛰어 넘어 '전략적인 연합'을 구축하기 위해 반대자들이 훼방을 놓는 것에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목표에 공감하는 동료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지지를 얻는 데에만 집중한다. 이는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논문에는 글로벌 음료 기업 얼라이드 도멕에서 일했던 폴 윌거스의 사례가 상당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내용의 핵심은 이 회사가 합병했던 몇 개의 자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관료주의적 시스템들이 윌거스로 인해 혁신적으로 변했다는 것에 있다. 즉, 종전의 일방적이고도 상향식의 보고 체계들이 그의 제안으로 CEO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조직 전체의 창의력이 고양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윌거스는 다양한 의견을 나타내는 이들에 대해 섬세한 설득으로 대했고, 무엇보다 구체적인 실적 향상을 통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조직구성원들을 자신의 동맹군으로 삼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술된 메이어슨의 조용한 혁명가들의 리더십은 '조용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요약된다. 그녀의 말처럼 이 지도력은 자신의 목표를 과대하게 광고하지도 않고, 나팔을 불어대지도 않지만 내부로부터의 혁명을 이끄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내면에는 활화산 같은 목표의식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은 아주 '일상적'인 것이다. 그만큼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이 유연하기 때문에 반발하는 구성원들을 최소화 하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이들은 상대와 다투기 보다는 '설득을 위한 대화'에 치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친구들을 얻게 된다. 시간, 헌신, 놀라운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이 조직 리더십은 놀랍게도 탈아메리카적 가치의 특성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적 가치도 아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대기업들이 드러내는 기업 가치들은 여전히 상향식 관료주의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조용하지만 급진적 변화라는 기업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설득을 위한 대화'가 필수이지만, 이것이 아래로부터 발현된다는 점에서 이 리더십은 아주 특이하다. HBR에 등장하는 조직 변화를 위한 설득의 지도력 상당수가 최고 경영자, 즉 CEO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COVID 19으로 인해 언택트 소사이어트 시대가 훨씬 앞당겨진 이 시점에서 이런 형태의 리더십이 과연 유효할까 싶기는 하다.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모여 일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페이스북 CEO 마트 저커버그가 자사의 직원 50% 이상을 재택 근무를 시키겠다고 공언을 했고, 이는 곧장 미국 동부와 서부의 IT 기업은 물론 많은 중소기업들까지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니 더 솔직히는 8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팬데믹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시행했던 재택근무에 대한 평가 피드백이 긍정적인 수치로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위 '개인주의적 가치'가 재평가 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점조직같이 흩어져 있는 구성원들에 대한 전혀 다른 각도의 조직 장악력이 요청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