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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6. 같은 어휘의 반복 사용 피하기

by 크레이지티처 2021. 3. 19.

같은 단어를 한 문단 안에서 자주 사용하면 독자를 피로하게 만든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느 초등학생의 작문을 인용해 본다.

 

오늘 어머니와 함께 이모 집에 놀러 갔다.

마침 이모가 집에 계셨다.

이모는 내가 놀러 가면 항상 반기신다.

내가 할머니를 많이 닮았다며 언제나 미소로 맞이해 주신다.

어머니와 이모는 주방에서 맛있는 떡볶이를 만드시며 재미있게 이야기하신다.

 

딱 보기에도 특정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브이로그처럼 씌여진 글이니 이해해 달라고 한다면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킬링 타임용으로 읽혀지는 글에서 뭔 가치를 찾겠냐마는 그래도 이건 너무한거다.

입시 논술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나 취업 자소서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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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어를 많이 외워 두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필자는 오늘 서평 하나를 썼다.

원저자의 글에 유난히 '변화'라는 말이 많이 등장해서 애를 먹었다.

그  글에서 이 어휘가 지니는 '특유한 의미'가 손상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다른 동의어를 들이대기가 조심스러웠다.

아무튼 서평은 해결은 했지만 추가 교열을 10번은 본 것 같다.

변화라는 주제어가 문장 혹은 문단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전에 어느 장례식장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가 있다.

조문을 마친 후 커피 타임을 갖던 도중,  어느 친구가 "식아, 니 장모님 언제 세상 뜨셨노?"라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무심코 "하늘 나라 가신 지 꽤 되셨지..."라고 대답을 했고.

내 말을 듣던 다른 한 친구가 "그려, 저승에서는 편안히 잘 계셔야 할 텐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우리는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빵 터져 버렸다.

우리 말이 이렇게 다양하다.

죽음과 관련해서 '소천하셨다', '숟가락 놓으셨다', '땅에 묻혔다','요단 강 건넜다','황천 길을 떠났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의어가 있다.

동의어를 많이 익혀 두면 글쓰기에도 편리하고, 글 자체가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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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쥐어짜도 떠오르는 동의어가 없으면 징검다리라도 타라.

예를 들면 이렇다.

 

현대 사회는 언택팅 소사이어티의 특징을 점점 드러내고 있다.

이 비접촉 개념은 유통업 분야에서 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전염병 감염의 우려로 인해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물류 배송 산업이 언택팅 사회에서 각광받을 전망이다.

 

'언택팅'이란 특수 개념 어휘를 대체할 다른 동의어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 궁여지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케이스다.

징검다리를 타라는 이야기다.

되도록 연속적으로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글을 윤택하게 만드는 작은 비결이 될 수 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유통업 분야'는 '물류 배송 산업'으로 적절하게 바꾸어 사용하면 글 풍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꼭 기억하자.

같은 어휘를 반복 사용하면 독자들로 하여금 피로도를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여기에 글쓴이의 필력이 의심받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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