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의 기술

2. 서로 비교하기

by 크레이지티처 2021. 3. 19.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당신 글쓰기의 발전과 퇴보를 한 눈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방법은 앞서 기술된 3장의 방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근무하던 여의도 동아일보 문화센터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던 C군과 S군이 있었다.

이 친구들을 보면 항상 즐거웠다.

자신감이 늘 넘쳤던 그 모습,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글쓰기의 발전 속도는 그렇지 못했다.

고액의 수강료를 지불하는 그들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무척 미안했다.

그때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

학생 한 명당 매주 쓴 글을 모은 파일을 하나씩 만들었다.

격주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본인들의 눈으로 이 묶음들을 직접 확인케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클래스 부원들끼리 서로 교환하여 비교하도록 했다.

물론 시뻘건 볼펜으로 덕지덕지 첨삭이 된 리포트였다.

서로의 글쓰기 숙제를 보면서 누구의 것이 더 심한지 곁눈질 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도 참 쏠쏠한 재미였다.

이 방법은 당시 교육원의 선생 그 누구도 해 보지 않던 스타일이었고, 원장 역시 약간의 걱정을 했더랬다.

학생들 격차가 분명히 있을 것인데, 이것이 드러나게 되면 재등록에 영향을 준다나 뭐라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벌거죽죽 펜 자국의 양을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똑같게 해서 우열의 판별을 못하도록 했다.

글쓰기가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이런 시도는 나 자신도 놀랄 정도의 결과를 가져왔다.

학생마다의 근소한 속도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모두 우측 상향의 발전 그래프를 그려냈다.

좀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었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중학생, 고등학생이거나 심지어 초등학생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현상이나 사태에 대해 결정론적인 사고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 번 옳다고 생각을 하면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숲을 보지 못하고 조그마한 나무 하나에 글쓰기의 시각이 고정될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고는 우물을 팔 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글쓰기엔 독약이다.

지금도 생각나는 고1 학생이 있다.

소위 강남 8학군에 속한 최우수급 학생이었지만 이 친구는 맞춤법 결벽증 환자였다.

습작 후, "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이 있나요?" 하고 묻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래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

글쓰기에서의 자아도취는 쥐약(?)이다.

자신의 글에 대한 자긍심,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내 것이 최고다라는 생각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습작 시기엔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

전문작가의 글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하지만 글쓰기를 막 시작한 단계에선 작은 경쟁이 장점이 많다.

자신의 것과 타인의 그것을 비교하면서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초등학생 시기에선 이 방법이 특효(?)라고 할 만하다.

다만,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지 부모나 섣부른 초보 논술 교사가 했다가는 경을 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