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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7. 적절한 지시대명사의 사용

by 크레이지티처 2021. 3. 19.

주어의 반복 사용은 독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 주제는 전 회에서 다루었던 동일 어휘 중복 사용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주어는 대체로 문장 앞 머리에 위치한다.
이런 이유로 해서 동일 주어가 앞 머리에 자주 등장하면 글 읽기가 아주 불편해진다.
단도직입적인 예를 드는 것이 좋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부친 이건희 회장의 와병에 따른 경영 공백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 환경 격변에 따르는 리스크 대처가 주로 논의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상황에 대해서도 사장단과 의견을 나눌 기능성이 있다.

물론 이 글은 필자가 가상으로 지어낸 것이다.

그 어떤 기자도 저런 식으로 주어를 배치하지 않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문을 한 것이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 부회장 -> 그는'으로 지시대명사가 변환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
-
등장 인물이 복수로 등장할 경우, 정말 지시대명사 사용에 조심해라.
이 역시 여러분을 위해 가공의 글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철수는 어제 학교에서 친구 만수와 싸웠다.
만수가 철수의 스마트폰을 몰래 훔쳐 봤기 때문이다.
철수는 자신의 비밀스런 사진을 만수가 봤다고 화를 냈다.
만수는 절대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철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


전문가의 글에서 위의 사례 같은 주어 반복은 거의 없다.
막 습작을 시작한 사람들의 작문에선 있을 수 있다.
다만, 전문가의 글이나 학위 논문에서도 발견되는 경우가 없진 않다.
자, 그렇다면 위의 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
복수의 등장 인물에 대한 올바른 지시대명사 사용
위의 글쓰기를 교열해보자.

철수는 어제 학교에서 친구 만수와 싸웠다.
그의 친구가 그의 스마트폰을 몰래 봤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비밀스런 사진을 만수가 봤다고 화를 냈다.
친구가 절대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철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첫 번째 문장에 이 교열의 키가 모두 담겨 있다.
철수는 ' 그는' 이란 지시대명사로 고정되고, 만수는 ' 그의 친구' 혹은 ' 친구'로 지시된다.
징검다리 식으로 지시대명사의 실체가 누군지를 밝혀 줌으로써 독자의 혼란을 방지해 준다.
-
전문가의 글에서도 주어 반복은 꽤나 발견된다.
이과 출신 쪽에서 이런 현상이 주로 발생한다.
문과 계열은 ' 상대적' 으로 나은 편이다.
최근 백신을 주제로 한 어느 교수의 글을 읽다가 질려 버렸다.
거의 매 문장마다 ' 코로나' 라는 어휘가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람 이름이 아닌 것에 대한 방심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수많은 원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
정말이지 미국인들은 반복어 사용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어떤 페이지를 읽다가 특정한 지시대명사의 주체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앞 페이지를 뒤진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글쓰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다음 기회에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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