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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별곡

10. 하루 10만 명의 코로나 확진자

by 크레이지티처 2021. 3. 24.

2020년 11월 1일 오전 6시 30분.

나는 거의 무의식적 습관으로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더듬거려 찾았다.

눈꼽을 비비며 화면을 켠 다음 곧장 구글링을 시작했다.

키워드는 covid19 cases.

미국 전체의 어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그제의 85,000명이란 숫자가 무색하기만 하다.

'아뿔싸...이 일을 어쩐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내는 내가 아침마다 케이스 넘버를 불러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부정을 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런데 어쩌랴, 뉴욕주 역시도 2,000명을 가뿐히 초과했다.

이웃 뉴저지도 매일 1,500명에 육박하는 감염 확진자로 인해, 주지사가 주 전체를 전면 봉쇄하겠다고 한다.

 

한국 포털 메인 화면을 클릭해 보니 전국의 환자가 세 자리 숫자에 다가섰다고 난리다.

괜시리 헛웃음이 나온다.

엄살이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침 고국의 큰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한국산 마스크가 필요치 않느냐며 걱정을 하신다.

90세가 넘으신 어머님이 코로나 확진을 받으셔서 정신이 없으실 텐데...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응, 괜찮아. 의사가 병원에서 최고령자라 걱정했는데 제일 건강하게 퇴원하셨어."

참 대단한 노인네다.

작년 연말과 올 초에 급성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까지 하셨었는데, 코로나까지 쫓아버렸으니 말이다.

기저질환이 있고, 고령인데다 과체중이어서 이 감염병이 제일 좋아할 스타일이었는데 참 다행한 일이다.

 

몇 주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이 동시에 이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나타내 난리가 났었다.

하루 종일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탑 뉴스로 도배를 했다.

뉴욕 타임스는 대통령이 군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까지 산소 마스크를 착용했었다고 특히 난리법석을 떨었다.

뉴스만 놓고 보면 그가 곧 죽고, 펜스 부통령이 그 직을 물려 받을 것처럼 보였었더랬다.

"대통령이 코로나에 걸리면 우리는 어떡해?"

아내가 내게 지나가는 말을 툭 건넨다.

글쎄말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의 최고지도자가 어떻게 이런 병에 걸릴 수 있담.

최고 수준의 방역을 했을 텐데도 저 지경이라면 무지랭이 서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물론 그는 며칠 만에 엄지척을 카메라 기자들에게 내보이면서 백악관으로 돌아갔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다행이란 생각에 앞서, 도대체 얼마짜리 치료를 받았을까가 더 관심이다.

 

 

 

 

도대체 가늠이 되질 않는다.

언제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울트라캡숑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단 말인가.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소위 '우한 폐렴'에 대한 통계 그래프는 벌써 세 번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4월 초에 회계사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내가 "이거 언제쯤 끝날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그는 아주 발랄하게 이렇게 대답했었다.

"걱정마요. 끽해야 두 달."

이랬던 그가 지난 번 전화에서는 "가게 문 아직 안 닫으셨죠?"라고 안부를 전한다.

건네는 말에 힘이 하나도 없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 아내 스토어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한국인 세일즈맨이 건넨 말이 인상적이다.

"렌트비만 낼 수 있으면 버티세요..."

문제는 그 비용조차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데에 있다.

 

뉴요커들은 불금을 포함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외식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금요일 정오만 지나고 나면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맨해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소도시의 메인 스트리트는 거의 그렇다.

날씨가 좋고 나쁨에 상관이 없다.

어느 해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발에도 옆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 화들짝 놀란 적도 있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굳세어라 금순아식으로 꾸역꾸역 거리로 나온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날씨가 좋아도 사람이 없다.

바람이 조금만 불면 더없다.

비라도 올라치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찾아 볼 수 없다.

더 희한한 것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평일보다 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다.

히스패닉과 흑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뉴요커들이 재택 근무를 하기 때문에 주말 개념이 사라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