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일.
이 날은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와 더불어 2년 임기의 하원의원 435명 전체와 100명 정원인 상원의 3분의 1, 그리고 일부 주지사들을 동시에 선출한다.
선거 참여자가 투표장에서 대통령을 찍기는 하지만, 그것이 고스란히 대통령 선출을 위한 득표수로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확보를 위한 중간 과정으로 치뤄진다.
각 주마다 1명이라도 더 득표를 한 대통령 후보는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모두를 가져간다.
이를 소위 승자독식제라고 한다.
11월 3일 종료된 이후, 선출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은 12월 8일 형식적인 대통령 선거를 다시 시행한다.
이런 이유로 해서 미국 대선을 간접선거라고 부른다.
물론 이 선거인단은 자신이 지지할 대통령 후보를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직접선거나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538명의 선거인단 구성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말이다.
간단하다.
위에 인용한 하원의원 435명, 상원의원 100명에다 특별선거구격인 워싱턴 D.C. 3명을 합한 숫자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 단 총인원이다.
ABC, CBS, NBC는 물론 NYT와 WSJ 같은 뉴욕 미디어 매체들은 이번 선거가 대선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임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최고의 사전투표율은 경신은 이미 성취되었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역대 최다득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단 1명이라도 표를 더 얻은 사람이 분배된 주 선거인단을 몽땅 가져가는 혹독한 승자독식제가 많은 변수를 야기한다.
이런 이유로 하여 가끔 총득표수는 이겼는데, 선거인단 수가 모자라 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바로 지난 대선이 그랬다.
힐러리가 300만 표 가까이 더 얻었지만, 정작 선거인단 77명이 모자라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그 바람에 최근 그녀의 모습을 보면 폭삭 늙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녀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가장 큰 이유가 두 번 선거했다간 죽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니 이해할 만하다.
아, 힐러리 부부는 우리 동네에서 과히 멀지 않은 뉴욕주 차파쿠아에 살고 있다.
그녀의 대선 실패의 가장 주된 이유가 바로 소위 경합주라고 불리는 동시에 선거인단 규모가 큰 주에서 연이어 패했기 때문이다.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측면이 있어서,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자는 이야기들이 매 선거 때마다 나오고 있기는 하다.
미국이란 나라가 생각보단 꽤 전통을 중시하고, 관례 역시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그래서 300년 가까운 대통령 선거 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한번에 확 바꾸기 보다는 조금씩 보완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보면 정답이다.
아무튼 이런 제도적 특성으로 인해서 대선이 도박사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이 배팅사이트에서 오고 가는 일이 이젠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 주변의 보통 사람들도 선거철마다 끼리끼리 모여 밥 한끼 사는 내기를 하곤 한다.
지난 주말인가, 근무를 마치고 들어오는 아들에게 물었다.
"OO야, 누가 이길 것 같아? 직장 동료들은 뭐래?"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어가면서 그의 표정을 살폈다.
"다들 덜 멍청한 사람이 되라고 하던데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니 세계 최강 천조국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비하한단 말인가.
하긴 뉴스에 등장하는 바이든의 얼굴을 보면 좀 심란하기는 하다.
딱 보기에도 좀 너무 늙고, 때론 환자 같아 보여서 재임 중에 무슨 큰 일 치를 사람처럼 보인다.
1942년 생이니 한국 나이로 79세이고, 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83세이니 이건 좀 심하다 싶기는 하다.
여기에다 재선이라도 성공하게 되면 87세이니, 미국에 이리 인물이 없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그러면 트럼프는 또 어떤가.
도찐개찐, 아니 순우리말로는 도긴개긴이다.
1946년에 태어났으니 그나마 좀 낫기는 하다만.
8순에 돌입하는 사람끼리 대통령선거에서 붙은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러니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요즘 내가 만나는 미국인들은 정치 이슈에 관한 한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이야기를 많이 한다.
뉴욕주가 원래 민주당 텃밭이니 그럴 수 있겠지만, 이들은 젊은 정치인에 대한 갈증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정치를 잘함에 있어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다홍치마라고 과거 민주당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대단하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선 투표 열기가 별로 없다.
내 아들은 물론이고, 요양원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두 노인이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 모습에 청년들은 거의 냉소를 날린다.
그래서인가.
이젠 나이를 먹어 흰머리가 낯설지 않은 빌과 버락이 요즘 아주 바쁘다.
특히 오바마 같은 경우는 다시 대선에 출마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물론 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제 다시 아들에게 넌즈시 말을 건네보았다.
"너, 투표 안할거니? 그래도 첫 선거인데 경험삼아 한번 해 봐!"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지난번보다 더 시니컬하다.
"아무나 되라고 해요 아빠~"
헐, 난 정말 충격을 먹었다.
전번엔 덜 멍청한 인간이라고 하더니, 이젠 '아무나'라고 한다.재차 질문했다.
"너무 정치에 무관심한 거 아냐?"
"아냐, 아빠. 트럼프는 돈만 아는 장사꾼 같고, 바이든은 재임 중에 초상 치룰 것 같애."
요지는 이렇다.
둘 다 문제가 있으니, 누가 되더라도 자기에겐 도움 될 일이 없단 뜻이다.
이 말을 바꾸어 표현하자면 누가 되든 상관은 없지만 자기들에게 피해가 덜 왔으면 뭐 그런 차원이다.
요즘 미국은 소위 헬리콥터 지원금이 화제다.
팬테믹으로 무너져 가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현찰 뿌리기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내 아들 같은 젊은층은 이에 대해 불만이 아주 크다.결국엔 자기들이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 수요일인가, 스토어 휴게실에서 잠시 쉬고 있는 데 바깥에서 아내와 손님이 깔깔대고 웃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얘기를 엿들었다.
거리가 있어 잘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잠시 후, 아내가 내게로 다가오길래 뭐가 도대체 그리 재미있어 한바탕 소란이었냐고 물어보았다.
"아, 글쎄 말이에요. 아들 놈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니까요!"
좀 덜 멍청한 사람이 대통령되면 자신은 I DON' CARE란다.
사실 이번 대선은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별로 넓지 않다.
양당제가 뿌리 깊게 자리잡은 탓에 무소속이나 군소정당 후보들에게 돌아갈 관심이 너무 적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지역은 팔푼이가 민주당 간판만 달고 출마해도 의원이 될 수 있고, 역으로 켄터키나 다코타 지역은 공화당이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전투표 기간이 일주일 동안이나 주어진 주가 많다.
뉴욕도 마찬가지다.
11월 1일에 종료된 사전투표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깜짝 놀랬다.
나는 옷을 세탁하기 위해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런드로맷을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가게 앞에 있는 우체국 방향으로 4일 정도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 길이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족히 200미터는 되어 보였다.
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민 생활 중에 이런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차가운 가을비가 몰아치는데도 우산을 쓰고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다.
뉴욕타임스나 CNN 보도에 의하면 이 사람들 중의 60% 이상은 바이든 지지자라고 한다.
누군가가 이런 농담을 내게 한 적이 있다.
"두 노인네가 나이 때문에 죽는게 아니라 투표 결과 기다리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관짝 매게 생겼네."
그래서 그런지 뉴스에 등장하는 두 사람 모습이 정말 초췌하단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이러다 정말 암살로 사망하는 것이 아닌 재임 중에 병사하는 대통령이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뉴욕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미국 속의 한국(2) - 어느 한인 마트 이야기(2) (0) | 2021.03.24 |
---|---|
12. 미국 속의 한국(1) : 어느 한인 마트 이야기(1) (0) | 2021.03.24 |
10. 하루 10만 명의 코로나 확진자 (0) | 2021.03.24 |
9. 어디에나 끼리끼리는 있다. (0) | 2021.03.24 |
8. 헤이, 아 유 차이니스? (0) | 2021.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