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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Welcome to New York. 2005년 6월 21일, 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는 JFK 공항 근처를 날고 있다. 태양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창밖의 태양이 눈부시다.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거대한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말로만 듣던 뉴욕이다.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내가 큰 일을 저질러도 아주 큰 일을 저질렀다는 느낌이 조금씩 밀려온다. '한국을 떠날 때에도 6월 21일이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거대한 비행기가 갑자기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꾸구웅~~~~~~~~~~꿍.' 첫 장거리 비행에 지친 나였지만, 거친 착륙 마찰음에 섬뜩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잠시 내 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런 요동이 오히려 입국심사를 앞둔 나의 산만한 마음을 정리해준다. 그해 여름은 출국 문제로 참으로 바빴다. 첫 해외.. 2021. 3. 24.
1. 괴나리 봇짐 세 개 들고 뉴욕으로 2005년 6월 21일 오전 11시 인천공항 국제선 출국장 앞. 초여름의 열기가 제법 달궈지던 그런 날이었다. 거기서 나는 아내와 다소간 멋적은 이별을 고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는 포옹도 하지 못한 채로, 그냥 "우리 나중에 봐, 늘 건강하고 아이들 부탁해"라고만 했다. 내가 너무 태연한 채로 말을 했을까. 아내도 수줍은 미소로 "네, 저희들 걱정마세요"라며 대답이 짧다. 우린 서로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마치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한 연인들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그냥 말없이 앞만 보고 걷는다. 그때 청사 안에 항공편 안내를 알리는 요란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내가 타야 할 비행기다. 우린 그제서야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여보, 빨리 짐 챙겨~~~" 난 아침 7시부터 서둘렀다. 아.. 2021. 3. 24.
7. 적절한 지시대명사의 사용 주어의 반복 사용은 독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 주제는 전 회에서 다루었던 동일 어휘 중복 사용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주어는 대체로 문장 앞 머리에 위치한다. 이런 이유로 해서 동일 주어가 앞 머리에 자주 등장하면 글 읽기가 아주 불편해진다. 단도직입적인 예를 드는 것이 좋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부친 이건희 회장의 와병에 따른 경영 공백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 환경 격변에 따르는 리스크 대처가 주로 논의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상황에 대해서도 사장단과 의견을 나눌 기능성이 있다. 물론 이 글은 필자가 가상으로 지어낸 것이다. 그 어떤 기자도 저런 식으로 주어를 배치하지 않는다. 이해.. 2021. 3. 19.
6. 같은 어휘의 반복 사용 피하기 같은 단어를 한 문단 안에서 자주 사용하면 독자를 피로하게 만든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느 초등학생의 작문을 인용해 본다. 오늘 어머니와 함께 이모 집에 놀러 갔다. 마침 이모가 집에 계셨다. 이모는 내가 놀러 가면 항상 반기신다. 내가 할머니를 많이 닮았다며 언제나 미소로 맞이해 주신다. 어머니와 이모는 주방에서 맛있는 떡볶이를 만드시며 재미있게 이야기하신다. 딱 보기에도 특정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브이로그처럼 씌여진 글이니 이해해 달라고 한다면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킬링 타임용으로 읽혀지는 글에서 뭔 가치를 찾겠냐마는 그래도 이건 너무한거다. 입시 논술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나 취업 자소서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 동의어를 많이 외워 두면 글쓰기.. 2021. 3. 19.
5. 충분히 소화된 논거 글 쓰는 사람은 누가 보아도 수긍할 수 있을 만한 논거를 독자들에게 들이대야 한다. 여기서의 '납득할 수 있는 근거'는 자신의 것으로 '충분히 소화된 예증'을 뜻한다. 나는 앞서 2장에서 읽지도 않은 책을 발제문에 넣었다가 혼쭐이 났던 경험을 기술한 바 있다. 단순히 면피용으로 기재된 각주 혹은 미주로는 당신의 글을 읽는 상대를 굴복시킬 수 없다. 딱 보면 안다. 충분히 씹어서 소화된 인용문인지 아닌지를. 필자는 합법적으로 대학원 학위 논문을 다수 교열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때마다 느낀 감정이 베껴도 너무 베낀다는 것이었다. 요즘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예정된 S 씨의 학위 논문이 화제다. 한 페이지를 통째로 블록 복사한 것이 문제인 모양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될까. 그가 논문을 쓸 능.. 2021. 3. 19.
4. 좋은 문패달기 글쓰기에서는 글의 번지수를 먼저 반드시 밝혀야 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한 선배가 있다. 이 분은 노래방에 가기만 하면 주위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정한 한 곡만 불러대던 특이한 사람이었다. 바로 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 낭만이 될지 몰라도 글쓰기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글의 번지수는 곧 글의 문패다. 글의 목차 혹은 차례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바로 이것인데, 10페이지 이상 되는 소논문은 반 페이지 가량의 팻말을 반드시 달아야 한다. 스크롤 바를 여러 번 아래로 내려야 하는 장문의 블로그 글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게 독자들을 위한 성의다. 물론 1-2페이지짜리 습작이나 글쓰기 숙제는 해당이 안 된다. 이런 짧은 글에서는 명료한 토픽과 각 문단의 첫 문장, 즉 소주제문 사이의 연관성이 중시된다. .. 2021. 3. 19.